묵상 12, 마가복음 12:41~44, 그게 얼마나 된다고
12.
25.2.8(토)
마가복음 12:41~44
41 예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아서,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을 넣는가를 보고 계셨다. 많이 넣는 부자가 여럿 있었다.
42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은 와서, 렙돈 두 닢 곧 한 고드란트를 넣었다.
43 예수께서 제자들을 곁에 불러 놓고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헌금함에 돈을 넣은 사람들 가운데, 이 가난한 과부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넣었다.
44 모두 다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떼어 넣었지만, 이 과부는 가난한 가운데서 가진 것 모두 곧 자기 생활비 전부를 털어 넣었다."
그게 얼마나 된다고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에 들어가셔서 가장 먼저 성전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성전이 제물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환전상들로 더럽혀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만민이 기도하는 하나님의 집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어버렸다고 책망하셨습니다. 이 일은 당시 성전을 중심으로 기득권을 행하사던 무리들로 하여금 예수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율법을 무시해서도 아닙니다. 성전에서 함부로 행동해서도 아닙니다. 그들의 명예와 권력과 돈을 침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공적인 힘, 곧 산헤드린 공회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예수님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보다 악하고 치사하고 간교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와 같은 위협속에서도 예수님은 성전에 또 올라가셨습니다. 예수님은 헌금함 맞은 쪽에 앉아서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넣는지 보셨습니다. 돈을 많이 넣는 부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난한 과부가 와서 두 렙돈을 넣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과부가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하나님께 드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넉넉한 중에 일부를 넣었지만, 이 사람은 가난한 중에 자신이 가진 생활비 전부를 넣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로마 시대와 성전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당시엔 주로 로마의 화폐가, 그리고 일부는 그리스 화폐가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단위의 돈은 달란트였고, 이것은 지금으로 따지면 10억이 훨씬 넘는 돈입니다. 달란트는 귀족이나 왕이 쓸 수 있는 돈의 단위였습니다. 달란트 다음은 므나 약 1600만원였고, 다음은 데나리온 약 16만 원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1데나리온은 성인 하루의 품삯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당시 로마 군대의 1년 연봉이 225데나리온이었으니, 정확하게는 하루의 품삯을 넘는 금액입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일꾼을 고용하면서 하루에 1데나리온을 주겠다고 했다면, 그것은 상당히 넉넉한 임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나리온 다음으로 앗사리온은 1만 원 정도, 고드란트가 2,500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렙돈이 그 절반인 1,250원에 해당합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정확한 숫자로 계산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해를 위해서 이런 식으로 어림잡을 수는 있습니다. 가난한 과부가 드린 그녀의 생활비 전부는 2,500원 정도였습니다. 그녀의 노동력이 성인 남자의 1/50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자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거니와 혹 일을 한다 해도 누군가 하루에 1데나리온을 받을 때, 이 사람은 고작 1고드란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과부는 왜 렙돈을 그대로 헌금함에 넣었을까요? 성전에서는 로마의 돈을 쓸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제사장과 사두개인 및 성전 관계자들은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에, 전통을 따라서 로마의 돈이 아니라, 세겔을 써야 한다고 정해놨습니다. 그래서 성전에 환전상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로마 돈을 받고 세겔로 바꿔주었고, 사람들은 세겔을 헌금함에 넣거나 또는 세겔로 양이나 비둘기를 사서 제사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환전행위가 성전 관계자들의 돈 세탁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겉으론 거룩한 척하면서 속으론 자신들의 더러운 탐욕을 강제로 그리고 독점적으로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겔에도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평민이 드리는 속죄제물의 가장 낮은 것에 해당하는 비둘기의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둘기 한 마리 살 돈 정도는 되어야 환전도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게 얼마냐가 문제일 텐데 기록에 따르면, 그 가격은 지금으로 못해도 5~6만 원, 수요가 몰리면 8~9만 원까지도 했습니다.
이 과부가 왜 세겔이 아니라 렙돈을 헌금함에 넣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로마의 돈으로 가장 작은 제물조차 살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세겔로 환전 받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대의 종교법에 따르면 부정한 상태로 또는 불법에 해당하는 상태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다른 모든 거룩한 것들과 합법적인 것들은 부정하고 책망하셨지만 그녀만은 인정하고 칭찬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이 정한 기준과 규격과 방법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보지 않으십니다. 그런 것들을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이 그 자체만으로 은혜를 담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마음을 보십니다. 그의 상황을 보십니다. 그의 삶을 헤아립니다. 그리고 그를 받으십니다.
주님,
주님께서 저의 마음을 보시고 판단하셨습니다. 주님은 누구의 것이 진실하고 누구의 것이 거짓인지를 다 아십니다. 사람을 모르게 할 수는 있지만 하나님을 모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진실함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게 도와주십시오. 나의 찬양과 예배와 기도와 또 드리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 앞에만 거룩한 것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