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묵상

묵상 14, 마가복음 14:51~52, 부끄러운 제자, 부끄럽지 않게 살다

보이지않는교회 2025. 4. 3. 12:44

14.

25.2.11(화)

마가복음 14:51~52

51 그런데 어떤 젊은이가 맨몸에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들이 그를 잡으려고 하니,

52 그는 홑이불을 버리고, 맨몸으로 달아났다.

부끄러운 제자, 부끄럽지 않게 살다

이 이야기는 오직 마가복음에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급박하고 정신이 없었던 그날 밤, 한 청년은 자다가 깨어 맨몸에 홑이불을 두르고서는 예수님을 몰래 뒤따라갔습니다. 어쩌다가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 하면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하려는거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예수님을 체포한 사람들이 그 청년을 알아보고 그도 잡으려 하자, 청년은 그 자리에 홑이불을 버리고는 맨몸으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성경은 이 청년이 누구였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성경은 이 청년이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때 거기에 있었던 제자들 모두를 가리키는 비유가 되게 했습니다. 베드로와 이 청년을 포함해서 제자들 모두가 예수님이 잡혀가시던 날 밤에 깨어 있지 못했고, 예수님 곁에 있지 못했고, 예수님을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고, 예수님을 부인하며 다 자기 살 생각으로 흩어졌다는 것입니다.

마가복음은 이처럼 일관되게 제자들의 무지에 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 같지만, 그들은 예수가 그리스도 되심의 진짜 의미를 알지 못했고, 자기 욕심과 기대를 가지고 예수님을 따랐던 부끄러운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이렇게까지 자기의 수치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과 같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오래 믿었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것일 것입니다. 예배를 잘 드리고 봉사를 많이 하고 전도를 하고 그런다고 그것이 그 사람의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일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다른 어떤 것들이 산더미처럼 있을지라도 예수님 앞에서 자랑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십자가와 부활을 붙들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언제라도 부끄러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홑이불을 버리고 도망간 이 청년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아마도 이 청년은 마가복음을 기록한 마가 자신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쩌면 부끄러운 제자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이후 복음을 위하여 가장 먼저 복음서를 기록했으며, 끝내 복음 때문에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주후 4세기의 초대교회 역사가였던 유세비우스에 따르면 마가는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을 전파하여 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였고, 유월절 기간에 밧줄에 묶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돌에 맞고 고문을 당하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마가는 마침내 예수님을 끝까지 따라간 제자로 살았습니다.

주님,

부끄러운 모습으로 도망하는 한 청년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자랑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외에는 다른 자랑이 없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