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묵상

묵상 15, 마가복음 15:12~15, 이 사람을 보라

보이지않는교회 2025. 4. 3. 12:52

15.

25.2.12(수)

마가복음 15:12~15

12 빌라도는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당신들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는 그 사람을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13 그들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4 빌라도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정말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소?" 그들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15 그리하여 빌라도는 무리를 만족시켜 주려고, 바라바는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한 다음에 십자가에 처형당하게 넘겨주었다.

이 사람을 보라

산헤드린 공회는 당시 유대 사회의 최고 권위를 가진 자치기구였습니다. 주로 대제사장, 서기관, 사두개인, 바리새인들로 구성된 70명의 공회원은 로마와 관련된 정치적 판단을 제외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유대의 종교법에 따라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예수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자신들이 가진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다짜고짜 빌라도를 찾아가서 아무 증거도 없이 앞뒤도 맞지 않는 말들로 고발하며 로마에 반란을 꾀한 정치범만 받는 십자가형 판결을 내리라고 강요했습니다. 자신들은 사람을 죽일 권한이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대중들이 들고 일어서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약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부작용은 피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 로마의 십자가형은 예수에게 최악의 수치를 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율법에 “나무에 달린 자는 저주를 받은 것이다”(신 21:23)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빌라도는 이 모든 것이 유대의 지도자들의 시기에서 벌어진 얼토당토않은 일인 것을 알았지만 그로써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급격하게 전개됐고 소요가 상당히 컸기 때문에 자칫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들은 자신이 그동안 저질러 온 온갖 비리와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황제에게 고소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정치생명이 그날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빌라도는 결국 십자가형을 내렸습니다.

예수님은 침묵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가 누구입니까? 그는 풍랑을 잠잠케 하고, 물 위를 걷고,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던 분입니다. 귀신 들린 자들 누구라도 예수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벌벌 떨었습니다. 병든 자들이 고침을 받고, 저주받은 자들이 거룩하게 되고, 죽은 자도 살아났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창조되었습니다. 그는 지혜이자 말씀입니다.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그는 하나님이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침묵은 무기력한 것이 아닙니다. 그의 침묵은 우리의 죄와 죽음과 운명을 향한 무한한 수용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향한 모든 수치와 불의와 모욕과 저주를 단 하나도 거부하지 않고 그것이 자신의 것인 것 마냥 받아들이셨습니다. 빛마저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강한 힘으로 우리를 예수님 안으로 끌어안으셨습니다.

누가 알았을까요? 예수님의 그 끌어안음은 우리의 것을 그가 대신 가져가고 그의 것을 대신 우리에게 주려 하심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그에게 죄를 주었고 그는 우리에게 의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심판을 주었고 그는 우리에게 구원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에게 죽음을 주었고 그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습니다.

주님,

주님은 모든 지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모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날 하늘도 어두워지고 하나님도 침묵하셨던 것처럼 주님도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를 향한 끌어안음이었음을 이제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이 은혜 곧 의와 구원과 생명이 주님께서 주신 것임을 고백합니다. 주님만이 주님임을 우리가 이제 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