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17, 에스더 1:1~5,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17.
25.2.14(금)
에스더 1:1~5
1 아하수에로 왕 때에 있은 일이다.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기까지 백스물일곱 지방을 다스린 왕이다.
2 아하수에로 왕은 도성 수산에서 왕위에 올라,
3 나라를 다스린 지 삼 년째 되던 해에, 모든 총독들과 신하들을 불러서 잔치를 베풀었다. 페르시아와 메대의 장수들과 귀족들과 각 지방 총독들을 왕궁으로 초대하여,
4 자기 왕국이 지닌 영화로운 부요와 찬란한 위엄을 과시하였다. 잔치는 여러 날 동안, 무려 백팔십 일이나 계속되었다.
5 이 기간이 끝난 뒤에, 왕은 도성 수산에 있는 백성을,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왕궁 정원 안뜰로 불러들여서, 이레 동안 잔치를 베풀었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스 1세)가 즉위하고 페르시아를 다스린 지 3년째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이라는 기록에 주목해 봅시다. 그때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무슨 좋은 일이 있었길래 그토록 성대한 잔치를 두 번이나 베풀었을까요? 180일 동안은 페르시아 전국의 총독과 귀족들과 관리들과 장군들을 불러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또 그 이후에는 7일 동안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고 모든 백성을 다 왕궁으로 불러서 두 번째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세상천지에 이런 식으로 대대적인 잔치를 베푼 왕이 또 있었을까요?
아하수에로가 즉위하기 전, 그의 아버지 다리우스 1세는 페르시아를 상당히 견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무리한 확장정책은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함으로써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마라톤 전쟁으로도 유명한 이 전쟁에서 그리스는 기적적으로 승리했고, 페르시아는 굴욕적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세계의 가장 큰 제국이었던 페르시아가 자신들이 듣도 보도 못한 잡것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다리우스 1세의 자존심에 큰 상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끝내 복수를 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다리우스 1세의 힘이 약해지자 이때를 틈타 제국 곳곳에서는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집트와 바벨론이 반기를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들 역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강한 군사적 면모를 갖추고 이들을 모두 단시간에 진압했습니다. 이집트를 다시 정복하고 자신의 동생을 총독에 앉히는가 하면, 바벨론의 마르둑 신전을 때려 부수기도 했습니다. 페르시아 전역에 그의 위엄과 힘이 과시되었고 제국의 평화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아하수에로 통치 3년은 바로 이 시점입니다. 그는 즉위와 함께 제국을 하나로 통합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또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리품들을 취했습니다. 힘과 부와 명예가 잔뜩 넘쳐났습니다. 그는 이제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바로 그 숙원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실패했지만 자신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리스 정복 말입니다.
그는 성대한 잔치를 베풀면서 이 전쟁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제국의 모든 관리와 지휘관들을 모아놓고 군대를 최대한으로 소집하고, 군사전략을 짜고, 군대를 재편하고 또 그들에게 승리에 대한 약속을 하면서 자신을 통해서 얻게 될 멋진 미래를 논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신감 최고조의 왕에게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인 왕후였습니다. 두 번째 잔치에서 왕후의 용모를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그는 왕후를 불렀지만, 왕명이 령을 듣고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아하수에로는 마음속에서 분노가 불같이 치솟았습니다.
사람 일이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만 보면 아하수에로는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칭송하고 그의 업적을 축하합니다. 그래서 감히 그의 명령에 아무라도 반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왕을 무시한 이 왕후의 이야기는 어쩌면 아하수에로가 당할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때로부터 3년 후, 그는 자신만만하게 그리스와의 전쟁에 나서지만 그리스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 유명한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 300용사를 정면으로 뚫어내지 못했고, 이어지는 살라미 해전에서는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페르시아는 다리우스 1세에 이어 크세르크세스 1세 때에도 두 번에 걸쳐 그리스 정복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이 전쟁에서 패한 이후 힘이 빠집니다. 그는 더 이상 왕국에서 가장 힘 있고 높은 권력자의 면모를 자랑할 수 없었고 마지막에는 결국 암살을 당해 죽고 맙니다. 그로부터 약 150년 후, 마케도니아에서 나타난 한 유명한 용사는 군대를 이끌고 페르시아를 단번에 정복해 버립니다. 바로 알렉산더입니다.
역사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역사로부터 한 가지 교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무엇을 자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잘났고 잘 나간다고 해서 그것에 취해 있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를 자랑하지 말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누가 나를 반대한다고 해도 그것에 쉽게 분노하지 말고 자기를 돌아봐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1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바 "누구든지 자랑하려거든 주님을 자랑하라" 한 대로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랑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주님,
역사의 기록 앞에서 그리고 말씀 앞에서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습니다. 사람이 앞날을 알 수 없기에 오늘을 자랑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내일 넘어질지 일어설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주님이 우리를 붙들어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풀과 같이 언제라도 시들어버릴 수 있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다만 겸손함으로 주님 앞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도 그 은혜 앞에서 주님만 자랑합니다.
아멘.